[맥아더스쿨 정은상 교장 (동아대15기)] 나이 들수록 말의 품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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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은 시위를 떠나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궁수가 활을 쏠 때는 함부로 시위를 당기지 않습니다. 표적을 확인하고, 호흡을 가다듬고, 팔의 각도를 잡은 뒤에야 손을 놓습니다. 화살은 한 번 시위를 떠나면 다시 손안으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빗나간 화살을 되돌릴 방법은 없습니다. 오직 다음 화살을 더 신중히 겨누는 일만 남습니다.


말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은 화살처럼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해명은 상처를 지우지 못하고, "취소하겠다"는 말도 이미 박힌 화살촉을 뽑아내지는 못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말의 무게는 오히려 가벼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아온 세월만큼 확신이 늘고, 확신이 늘수록 말은 서슴없이 튀어나옵니다. 그러나 품격 있는 노년은 말을 많이 하는 데서 오지 않습니다. 말을 겨누는 절제에서 옵니다.


시니어에게 말의 품격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족과의 대화, 오랜 벗과의 만남, 낯선 이와의 짧은 마주침까지, 말 한마디가 관계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화살을 함부로 쏘지 않는 궁수처럼, 말을 함부로 쏘지 않는 태도가 곧 품격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의 품격을 지킬 수 있을까요. 세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겨누십시오


감정이 앞설 때 사람은 가장 빨리 화살을 쏩니다. 서운함이 밀려올 때,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답답함이 목까지 차오를 때, 그 순간 튀어나오는 말은 대개 겨냥이 흐트러진 화살입니다. 표적을 벗어난 말은 상대에게 상처를 남기고, 남은 것은 후회뿐입니다.


말을 하기 전 한 번 더 겨누는 것은 침묵을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숨 한 번 고르고, 지금 이 말이 정말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입니다. 자녀의 선택이 못마땅할 때 곧바로 지적하는 대신, 잠시 멈추어 이 말이 정말 자녀를 위한 것인지 되짚어 보십시오. 그 짧은 멈춤이 화살의 방향을 바로잡습니다. 겨눔의 시간을 가진 사람의 말에는 무게가 실립니다.


둘째, 화살촉을 다듬듯 말의 표현을 다듬으십시오


같은 뜻이라도 화살촉의 모양에 따라 상처의 깊이는 달라집니다. 거친 화살촉은 살을 찢고, 잘 다듬어진 화살촉은 정확히 표적만을 관통합니다.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도 몰라?"와 "이건 이렇게 하면 더 좋아"는 같은 정보를 담고 있지만, 남기는 상처의 깊이는 전혀 다릅니다.


나이가 들수록 습관적으로 굳어진 말투가 있습니다. 잔소리, 훈계, 비교의 말들이 무의식중에 튀어나옵니다. 그 말투를 다듬는 일은 화살촉을 하나하나 갈아내는 정성과 같습니다. 지적하고 싶을 때는 관찰한 사실만을 짧게 전하고, 판단은 상대의 몫으로 남겨 두십시오. 다듬어진 말은 상대의 마음을 뚫지 않고, 다가갑니다.


셋째, 과녁을 향해 쏘듯 진심을 담아 말하십시오


궁수는 허공을 향해 화살을 날리지 않습니다. 분명한 과녁을 향해 정확히 겨눕니다. 목적 없이 흩어지는 말은 아무리 길어도 상대의 마음에 닿지 못합니다. 넋두리처럼 늘어놓는 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말은 듣는 이를 지치게 할 뿐입니다.


진심을 담아 말한다는 것은 말수를 줄이고, 전하고 싶은 마음을 명확히 하는 일입니다. 손주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에도, 오랜 벗에게 보내는 안부 한마디에도 진심이라는 과녁이 있어야 합니다. 과녁을 향해 쏜 화살은 짧아도 정확히 박힙니다. 짧지만 진심이 담긴 말이 긴 말보다 오래 기억됩니다.


겨눔이 곧 품격입니다


말의 품격은 결국 세 가지로 모입니다.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겨누고, 표현을 정성껏 다듬고, 진심이라는 과녁을 향해 말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는 말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말에 무게를 싣는 기술입니다.


화살은 시위를 떠나는 순간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화살이 어디를 향할지는 온전히 겨누는 사람의 몫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위를 당기는 손은 더욱 신중해져야 합니다. 오늘 건네는 말 한마디를 천천히 겨누어 보십시오. 그 겨눔이 쌓여, 말에 품격이 깃든 노년을 완성합니다.


출처 : 한국시니어신문(https://www.ksenio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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